동네슈퍼의 변신, ‘나들가게’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19-09-27

조회수579

대형마트 사이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상품을 불가사의한 파격적 가격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값을 내리면서 양을 교묘하게 줄이는 수법도 등장한다.

몇몇 생필품의 할인행사 미끼에 걸려 불요불급한 상품까지 충동구매하는 일도 적지 않다.

소비자도 소비자지만, 더욱 큰 걱정은 영세한 동네 가게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고,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무한경쟁 시대에 더 값싸고, 더 편하고, 더 강한 것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자본주의의 한 속성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은 크고 작은, 강하고 약한,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존재들이 섞여 사는 공간이다. 이러한 다양한 존재들의 공생이 곧 따뜻한 자본주의의 지향점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슈퍼마켓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동네 가게가 공존, 상생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계가 돌아가는 형국은 이러한 이상에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도 모자라 대기업이 경영하는 슈퍼마켓들이 골목까지 침투하고 있다.

이른바 SSM(Super Supermarket)이라 불리는 기업형의 ‘헤비급’ 슈퍼마켓들이 그것인데, 이미 770여 개가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고 수십 개가 추가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SSM은 대형마트의 유통망을 이용하여 상품을 저가에 공급·판매하고, 자본력을 앞세워 대대적인 고객유치 공세를 폄으로써 영세한 동네 가게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까짓 동네 가게 몇 개 없어지는 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가게들은 바로 우리 부모형제와 이웃의 생업이다.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국가경제의 실핏줄이자, 지역경제의 뿌리요, 서민경제의 주역이다.

이들이 문 닫게 되면 생활주변 상권이 공동화되고, 국가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나들가게’ 육성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나들이하듯이 가고 싶은 가게’라는 의미를 함축한 ‘나들가게’ 사업의 요체는 동네 슈퍼마켓을 깨끗하고 친절한 가게로 바꾸어 줌으로써 SSM과 겨룰 만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진흥원에서는 간판 및 설비교체, 상품배열과 환경개선을 위한 컨설팅, 판매·재고관리 정보화, 친절서비스 교육 등을 종합 지원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네 슈퍼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품을 공동구매해서 값싸게 공급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올해에는 전국 2000개 가게의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8월 현재 1000여 가게가 면모를 일신하여 개점했다. 대전, 충남지방에 소재한 가게도 106개나 된다.

‘나들가게’에 대한 점주와 주민들의 반응 또한 매우 좋다.


지난 6월 400여 가게를 방문 조사한 결과, 매출이 늘어난 업체가 88%에 달했고, 매출이 두 배 이상 신장된 업체도 상당수 있었다.

정부는 2011-2012년에도 매년 4000개씩, 3년 동안 총 1만 개 ‘나들가게’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게 주인들의 혁신의지다.

오늘날의 유통업 환경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SSM, 인터넷쇼핑, 홈쇼핑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게 점주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과학적 상품구색, 친절한 응대, 깨끗한 매장관리, 정보화 및 마케팅 역량 강화 등.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정부의 역할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할 뿐, 성패의 열쇠는 점주 자신이 쥐고 있다. 부단한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수준의 변화에 맞춰 소상공인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둘째,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다.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나들가게’를 응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나들가게’가 SSM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치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홍용웅<소상공인진흥원장>

출처 : 대전일보(​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9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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