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해체 위기… ‘나들가게’로 인생역전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19-10-07

조회수515

어두컴컴한 점포, 먼지 앉은 진열대, 불친절한 서비스 등으로 이웃에게마저 외면받던 동네 슈퍼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0년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도입한 ‘나들가게’를 만나면서부터다. 나들가게 우수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앞 싱싱할인마트의 서승자 사장은 “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에 참여한 후 재기에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8년 정도 슈퍼를 운영했어요. 대학가의 원룸 밀집 지역이어서 그럭저럭 잘 운영해왔는데 2007년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매일 적자가 이어졌지요. 여기에 물건을 납품했던 식당이나 병원, 게스트하우스 등이 줄줄이 폐업하거나 부도가 나면서 밀린 물건 값을 받을 수 없게 됐어요. 그 빚은 고스란히 제 몫이 됐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만 3억원의 빚을 졌어요. 이 때문에 살던 아파트가 은행에 넘어갈 지경에 이르렀고 자살까지 결심했던 저였습니다.”

2009년 겨울 서승자(42) 사장은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궁지에 몰린 쥐처럼 더 이상 뒷걸음칠 공간조차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당시 마트 경영부실로 매일 물건을 공급받던 업체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고, 가족 해체의 위기까지 맞아야했다. 더 이상의 대출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채까지 쓴 결과였다.

하루하루 죽을 방법만 생각하던 중 그가 살 방법을 찾게 된 것은 2010년 초 우연히 신문에서 본 ‘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 관련 기사였다.  


‘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안산 싱싱할인마트의 서승자 사장. “재기 성공과 함께 자신감도 찾았다”고 말했다.

‘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안산 싱싱할인마트의 서승자 사장. “재기 성공과 함께 자신감도 찾았다”고 말했다. 


운영하던 슈퍼마켓 적자로 살던 아파트 경매 위기

기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 슈퍼마켓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컨설팅 및 시설개체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에겐 그야말로 캄캄한 어둠 속 희망의 불빛과도 같았다. 그는 ‘그래, 이것마저 안 되면…’이라는 생각으로 ‘나들가게’ 신청서를 냈다.

이전까지 동네 슈퍼에 지나지 않았던 싱싱할인마트는 2010년 4월 나들가게 육성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먼지 앉았던 칙칙한 간판은 깔끔한 스타일의 눈에 띄는 간판으로, 주먹구구 방식의 계산은 재고 파악이 쉽고 계산이 편리한 컴퓨터 점포 판매시스템(POS)으로, 두서없던 진열대는 구매자의 동선과 심리까지 고려한 진열 방식으로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원룸 밀집 지역, 대학가 주변이라는 점을 공략해 ‘자정 폐점’ 영업방식에서 24시간 영업으로 전환해 편의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춰나갔다. 노인들을 겨냥한 장바구니 배달서비스, 마일리지 적립 시스템 등으로 단골을 확보해나갔고 버스카드 충전이나 택배대행 서비스도 했다. 우선 수익을 생각하기보다는 한 명의 고객이라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나들가게 간판 달고 두 달 가까이 마트에서 살다시피했어요. 소상공인진흥원(이하 진흥원) 이봉욱씨 비롯해 진흥원 지도요원들이 함께 하루에도 냉장고를 몇 번씩 옮기고, 진열대를 몇 번씩 바꿔가면서 가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주셨지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편의점·대형마트 못잖은 경쟁력으로 탈바꿈

하드웨어의 변화뿐 아니라 서 사장은 사업 내용 중 하나인 서비스교육 등을 통해 경영마인드도 바꿨다. 그렇게 석 달을 매장 운영에 ‘올인’하고 나니 빚더미에 올랐던 마트는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해 5~6월에는 대학 축제와 맞물려 하루 매출이 7백만~8백만원을 기록할 때도 있었다”는 게 서 사장의 얘기다.


 

깔끔하게 진열된 상품들.

싱싱할인마트는 ‘나들가게 사업’을 통해 대형마트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

 



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현재 싱싱할인마트는 단골 고객층만 2천여 명, 하루 매출 5백만원 정도의 마트로 급성장했다. 매장도 두 배로 넓어졌다.

이와 같은 성적으로 사업 참여 2년도 안 돼 나들가게 우수점포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 사장은 “불과 2년 만에 3억원의 빚도 거의 다 갚았다”고 전한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요즘 상황은 어떨까. 서 사장은 “힘들 때 모든 걸 걸고 덤볐더니 오히려 이제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매장 판매뿐 아니라 인근 대형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 웨딩홀, 병원 등을 공략해 납품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도 갖도록 제도적 뒷받침 있어야”

하지만 서 사장은 ‘나들가게=성공’이라는 공식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자신의 경우 해당 정책이 나온 시기와 당시 처한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고, 나들가게 사업을 수행하는 진흥원 관계자들과 호흡도 잘 맞아 매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좋은 정책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내 상황을 잘 파악하고 해당 정책을 신뢰하고 따라야 하는 것 같아요.”

그는 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의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히지만 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에 대한 아쉬운 점과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는 “유통구조가 대형마트와 다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대형마트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나들가게 점포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라고 전했다.

이어 “매장이 변신에 성공하고 서비스가 좋아졌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10원이라도 싸게 파는 곳으로 향하게 돼 있다”면서 “나들가게가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제도적 뒷받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정책브리핑(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7&oid=298&aid=0000079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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