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질은 높이고 물건 값은 내리고 … 골목 수퍼가 달라졌다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19-10-21

조회수586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과 기업형 수퍼마켓으로 설 곳을 잃은 구멍가게들이 살아남기 위해 변화의 길을 선택했다.
공공기관에서도 마을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천안아산소상공인지원센터가 운영난을 겪고 있는 동네 가게 경쟁력 강화를 위해다양한 방법으로 돕고 있다.
‘나들가게’라는 이미지로 새 단장한 동네 수퍼들이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으로 삶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나들가게’로 새 단장해 경쟁력 갖춘 상인들 
 
윤석진(가운데)씨 부부는 요즘 가게 문을 여는 날이 즐겁다. 고민 끝에 선택한 나들가게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천안아산소상공인지원센터 윤정삼(왼쪽) 상담사가 상품진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통 경쟁 뚫고 살아남은 동네 가게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 원룸주택 밀집지역에서 경하마트를 운영하는 윤석진(68)씨는 요즘 삶의 의욕이 넘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고된 하루를 보내지만 마음은 늘 즐겁다.
매출이 1년 새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하마트 주위에는 같은 규모의 경쟁 점포 3곳과 편의점 2곳이 있다.
한 길목에만 편의점 2곳이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



윤씨는 2년 전 맞은편에 기업형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구색을 갖춘 상품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는 편의점과는 달리 윤씨 가게는 편의성이 떨어지고 상품진열과 구색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는 곧 소득감소로 이어졌고 하루 60만~70만원이던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재고품은 쌓여갔고 대출 이자 부담은 늘어 갔다.


“이렇게 문을 닫을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고민 끝에 꼭 살아남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윤씨는 퇴직 후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자금을 점포환경 개선에 쏟아 부었다.
점포를 새롭게 꾸몄고 공간도 두 배로 늘렸다. 청결한 환경은 조성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상품진열과 구색을 갖추는 게 걱정이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수퍼마켓처럼 손님이 필요한 물건을 다양하게 비치하고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미고 싶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해 2월 나들가게 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천안아산소상공인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는 가게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분석해 진열대를 재배치하고 상권에 맞는 상품을 추가로 구성하도록 지도하는 등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왔다.
센터의 지원과 자구 노력으로 윤씨의 가게는 매출이 3배 이상 올랐고 현재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상품·시설개선·간판교체 … 브랜드화 지원


천안아산소상공인지원센터가 SSM과 같은 대기업의 유통업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 수퍼마켓을 위해 ‘나들가게’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게별로 상권을 분석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경영컨설팅·시설개선·상품교육·마케팅 전략을 세워 상인들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2011년 전국적으로 5300개 점포가 나들가게로 이름을 바꿨다. 2012년에는 4700개 점포가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천안은 2010년 23개에서 2011년 43개로 두 배가 늘었다. 아산은 2010년 21개, 2011년 18개가 도움을 받았다.
올해에도 천안·아산·예산 지역 수퍼 70여 곳이 나들가게를 신청했다.
나들가게로 선정되면 전문 상담사가 점포를 방문해 상품기획·점포설계 등을 지도해 준다.
계산대에 포스(POS)도 설치해 준다. 포스는 단순한 가격산출 외에도 매출현황은 물론 상품분석도 가능하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팔렸는지 실시간 상품구매 현황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악성 재고를 줄일 수 있다.
나들가게 간판 교체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다. 시설현대화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최고 1억원까지 저금리로 빌릴 수 있다.
이밖에 상품진열·재배치에 소요되는 비용과 교육비(점주 역량강화, POS방문 교육, 점주 소모임 지원)도 지원받을 수 있다.
천안아산소상공인지원센터 윤정삼 상담사는 “가게당 650만원 상당의 경영·시설·교육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POS)로 매출현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물류시스템·공공구매는 풀어야 할 숙제


나들가게 지원사업이 상인들에게 도움은 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아산시 장재리 아파트 단지에서 용연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홍길용씨 역시 나들가게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만족 보다 실망이 컸다고 한다.
2008년 말 66㎡ 공간에 편의점을 차렸지만 공공주택 특성에 맞는 물품이 구비된 수퍼마켓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공간을 확장해 할인점으로 전환했다.



소상공인지원센터로부터 경영지원을 비롯해 포스·간판·매대 등을 지원받았지만 물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도움은 받을 수 없었다.
물류시스템 지원이나 공공구매가 절실했지만 아직까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이 600억원을 들여 전국에 통합물류센터를 짓겠다고 계획했지만 예산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태다.
나들가게 지원이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씨는 “외형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결국 단가를 낮추지 않고서는 동네 수퍼가 기업형 수퍼에 맞서 살아남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하루 빨리 공공구매나 물류센터를 지원해 저렴한 가격에 물품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출처 : 중앙일보(https://news.joins.com/article/7096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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